숲에 관하여 :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나무엔 따뜻한 피가 흐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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롱블랙 프렌즈 B 

최근 우리나라를 뒤덮은 산불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습니다. 잿더미가 된 삶의 터전, 검은색으로 바뀐 숲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죠. 

아이러니하게도, 숲을 잃은 뒤에야 숲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. 동시에 궁금했어요. 숲은 어떤 존재인지 더 알고 싶어졌죠. 

먼저 숲과 나무를 다룬 책*을 여럿 구해 읽었습니다.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서 4년간 활동 중인 이서영 숲해설가의 이야기도 들었어요. 그렇게 숲의 의미를 곱씹으며 정리한 기록을, 식목일(4월 5일)인 오늘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.
*책 『나무를 대신해 말하기』, 『세계숲』, 『나무』, 『식물의 방식』, 『숲이 불탈 때』의 내용을 갈무리해 정리했다.


Chapter 1.
사람들을 차분히 위로하는 숲

“숲은 우리를 차분히 위로하는 ‘신’과 같은 존재다.”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-크로거Diana Beresford-Kroeger*는 숲을 이렇게 정의합니다.
*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식물학자이자 의학생화학자. 1960년대 초부터 기후위기를 내다보고 환경 보호 운동에 앞장섰다. ‘나무의 제인 구달’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.

“자연에는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신이 있다. 큰 숲이든 작은 숲이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은 들어갈 때보다 더 차분해진 상태로 나오게 된다. 그 위엄을 경험하고 나면 절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. 거기서 나오면 자기에게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났음을 깨닫게 된다.”
_다이애나 베리스퍼드-크로거 『나무를 대신해 말하기』 208p

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는, 3년 전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에 갔을 때를 떠올렸습니다. 12가지 테마로 나뉜 숲은, 안으로 들어갈수록 인적이 드문 곳이었어요.

그 공간을 채우는 건 나무들이었습니다. 어찌나 울창한지, 햇빛을 가려 길이 어두울 정도였죠. 어둑하고 조용한 숲길을 걸으니 에너지가 차올랐습니다.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, 풀잎 향, 나무 사이로 반짝인 햇살까지. 숲은 말없이 저를 다독였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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